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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 진단, 콘서타 복용 3,4주차 일기

아는 것은 나의 힘/생활

by 딥빡 2022. 6. 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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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타 복용을 시작한지 3주차, 약은 이제 적정 목표치인 54mg으로 증량했다.

2022.05.20 - [아는 것은 나의 힘/생활] - [성인 ADHD] 진단 콘서타 복용 1주차 일기
2022.05.27 - [아는 것은 나의 힘/생활] - [성인 ADHD] 진단 콘서타 복용 2주차 일기

이렇게 용량을 팍팍 늘려도 되는 걸까? 의사가 평균이상의 증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의사들 사이에서는 통상 18mg이나 36mg에서 좋아졌다고 반응하는 환자의 경우는 진정한 ADHD가 아닐거라는 소견을 갖는 편이라고 한다.
따라서 내가 진짜 ADHD가 맞다면 54mg을 복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3주차에 54mg 증량에 OK를 했다.(콘서타는 최대 72mg까지 존재한다고 한다.)

2주차 복용기간보다 불쾌감과 이마쪽 피몰림 기분이 강해서 약을 먹는 게 겁난다...
한 알로 되어 있는 이 약의 용량이 과하다고 환자가 임의대로 절반을 잘라 먹으면 몸에서 서서히 녹는게 아니라 잘린 부위 때문에 용해 속도가 빨라져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당부가 있다.(그럴 경우, 반드시 의사와 전화 상담이라도 필수!)

다만 54mg을 복용후 처음 3일동안 심리적 불편감이 심하고 두통과 멀미 때문에 5일간 복용을 중지하고
이후 다시 복용을 재개했는데 그 후엔 그런 부작용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활력이 생겼다.

체계를 구성하는 일이 더 수월해지고
정리 정돈을 할 마음이 생겼으며
식욕이 사라지고
몽롱한 기분이 없어서 커피를 안 마셨다.
(평소 카페인 중독자처럼 물대신 커피 마심, 커피 안 마시면 자주 몽롱하고, 피곤했음)

단점으로는
가끔씩 눈에 힘이 들어가고
시작한 일이 마무리 되지 않으면 잠도 안 자고 계속 하고 싶어짐
(평소 : 급 피로가 몰려오고, 지치면 잠깐 누웠다가 아침이 되어버림)


처음 이 약을 복용하기 전에 고함량 아연 영양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멀미, 메스꺼움 같은 증상은 콘서타의 부작용이 아니라 아연의 부작용이었던 것 같다. 요즘 아연 복용을 중단하고 콘서타를 복용하니, 전과 같은 메스꺼움이 전혀 없었다.

콘서타 1달 먹고 난 후 변화...
뇌가 멍해있는 기분이 없고, 업무에 집중하는데 필요한 준비 시간이 단축됨.
그러나 머리 더 잘 돌아간다거나, 더 문제해결을 잘 한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음.
살면서 하는 실수가 줄어드는 것은 있으나, 실수가 전혀 사라지는 것도 아님.
업무에 꼭 필요하지 않은 아이디어들이 튀어나오는 일이 줄어듦. 불필요한 관심이 줄어듦(가령 나와 상관없는 뉴스 같은거)
(남다른 아이디어가 덜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순전히 기분 탓인거 같기도 함.)


소아ADHD라는 병이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 시장이 어느 정도 잠식되었고, 제약회사에서 마켓을 넓히고자, 치료의 폭을 성인까지 넓힌 마케팅의 영향을 내가 받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주위에 충동적인 행동으로 피해를 입힌 적은 없는 사람이
굳이 이 약을 먹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 막내동생이 청소년기에 ADHD를 처방받던 시기에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던 콘서타가
이제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어 4만원 정도면 처방을 받을 수 있어서 부담이 덜하다.


사실, ADHD를 병으로 규정짓는다는 것이 난 좀 의문이다.
나보다 훨씬 심한 ADHD가 의심되는 지인은 충동성이 높아서 말실수나, 뒷수습을 해줘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일이 잦은 반면... 남보다 넘치는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자기에게 맡은 일을 남들보다 훨씬 더 과도하게 열성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고, 나이를 먹어도 아이디어가 넘친다.
그를 지켜보면서, 이건 예술, 창작을 할 때 뛰어난 재능인데, 평범함 속에서는 특이함, 유난스러움, 실수투성이라는 오명으로 자존감에 손상을 입고 살았던 것 같다.
이런 특징을 갖고 있는 예술가는 물론 과학자들도 많고, 연예인들도 많더라. 심지어 유명 경제방송 MC인 이진우도 나와 너무 비슷한 특성을 많이 보이는데...(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던지는 태도 등)
특히 최근에 그의 건망증 에피소드는 정말 배꼽을 잡고 예능보다 더 재미있게 들었다.
2022년 5월 20일 팟캐스트 손에잡히는 경제-커피타임 '이진우, 그는 신이야' 방영분(엄청 웃김...! 강추!!)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 커피타임 - 이진우, 그는 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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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캐리어를 지하까지 끌고 내려갈 필요가 없이 그냥 1층에 세워두었다가 차로 이 앞을 지나갈 때 트렁크에 넣으면 효율적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1층에 내려놓고, 그 캐리어 앞을 그냥 지나가는 에피소드... 맞지, 맞아... 그게 효율적이지, 그리고 그걸 보면서도 자기가 했다는 걸 까맣고 모르고.. 누가 길에 캐리어를 버리고 갔어? 하면서 씽 지나가버리는 등의 사연이 나에게도 너무나 있음직한 일이었다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들으면서 이진우는 진짜 ADHD의 뇌를 가졌을거라고 확신했다. ㅋㅋㅋ
그리고 이게 지금은 병으로 치지만, 나중엔 남들이 부러워하는 재능으로 평가되는 날이 올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뇌는 아직도 미지의 세계이니...

단순하고, 체계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일을 위해, 자신의 기질적 특성을 포기하는 일에 나는 좀 고민이 된다.
일단 3개월이상 길면 1년가량을 지켜보면 내 삶에서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지켜보고, 단약을 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약을 먹으면서, 뇌의 기전을 바꾼다는 게 내 기분을 바꾸고, 내 삶의 행동양식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타인을 얼마나 이해하지 못한 채 평가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게으름, 노력 부족, 상황 때문이 아니라, 사실 모든 것은 뇌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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